| 그대를 위하여 - 안도현
| 간이역 | 2005-10-29 오후 1:45:13
그대를 위하여


안 도 현


그대를 만난 엊그제는
가슴이 아팠습니다
내 쓸쓸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개울물 소리가 더욱 크게 들리던 까닭은
세상에 지은 죄가 많은 탓입니다.
그렇지만 마음 속 죄는
잊어버릴수록 깊이 스며들고
떠올릴수록 멀어져 간다는 것을
그대를 만나고 나서야
조슴씩 알 것 같습니다
그대를 위하여
내가 가진 것 중
숨길 것은 영원히 숨기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대로 하여
아픈 가슴을 겪지 못한 사람은
아픈 세상을 어루만질 수 없음을 배웠기에
내 가진 부끄러움도 슬픔도
그대를 위한 일이라면
모두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그대를 만나고부터
그대가 나를 생각하는 그리움의 한 두 배쯤
마음 속에 바람이 불고
가슴이 아팠지만
그대를 위하여
내가 주어야 할 것을 생각하며
나는 내내 행복하였습니다



| 바닷가 우체국 - 안도현
| 성북동(城北洞) 비둘기 - 김광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