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엽의 노래 - 홍윤숙
| 간이역 | 2005-10-14 오후 4:38:31
낙엽의 노래

홍 윤 숙

헤어지자 우리들 서로 말없이 헤어지자
달빛도 기울어진 산마루에
낙엽이 우수수 흩어지는데
산을 넘어 사라지는 너의 긴 그림자
슬픈 그림자를 내 잊지 않으마

언젠가 그 밤도 오늘밤과 꼭 같은
달밤이었다
바람이 불고 낙엽이 흩어지고
하늘의 별들이 길을 잃은 밤

너는 별을 가리켜 영원을 말하고
나는 검은 머리 베어 목숨처럼 바친
그리움이 있었다 혁명이 있었다

몇 해가 지났나
자벌레처럼 싫증난 너의 찌푸린 이맛살을
또 하나의 하늘을 찾아 거침없이
떠나는 것이었고
나는 나대로 송피 처럼 무딘 껍질 밑에
무수한 혈혼을 남겨야 할 아픔에
견디었다

오늘밤 이제 온전히 달이 기울고
아침이 밝기 전에 가야한다는 너―
우리들이 부르던 노래 사랑하던 노래를
다시 한번 부르자

희뿌연히 아침이 다가오는 소리
닭이 울면 이 밤도 사라지려니

어서 저 기울어진 달빛 그늘로
너와 나 낙엽을 밟으며
헤어지자 우리들 서로 말없이 헤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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