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나라



푸른 자정이 문을 엽니다
달빛이 낮은 걸음으로 다가섭니다
당신의 나라에 들기 위해
언 땅에 내린 낙엽 한 무덤
꽃을 만들고 있습니다

낯선 토씨를 단 길이
하얀 어둠을 빚어내는
당신의 품으로 이어져 갑니다
키 큰 나무아래 옹송그리고 앉은
시골집 빗살창에도 도란거리는 내음이
당신처럼 가득합니다

강물에 떨어진 별 몇 개가 가끔씩
애써 눈짓을 보냅니다 만
이 길은 두름 길이어도 좋습니다
당신의 땅이기 때문입니다

시르죽은 가로등이 다리를 절고
빈들에 낟가리 하나
뎅그러니 남아 있어도
당신의 나라는 좋습니다
아무도 없어 더욱 좋습니다

강가의 물푸레나무 숨을 잊었고
새벽의 이정표는 옷을 벗은 채
당신의 가슴에 수정 같은 고요를
뿌리고 있습니다

아무 소리도 들을 자유가 없는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자유가 있는
이 어둠이 섞인 나라에서
당신을 마음껏 소유 합니다


| 덕윤이를 만난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