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난 바람



바람이 났다
절 집 추녀 끝을 붙잡고 늘어지는
풍경 소리도
덕숭산 가슴을 헤집고
얼굴을 부비는 개울물도

만공탑 오르는 길 옆
겨우 가지 하나를 내어
꽃잎을 문 진달래까지도...

댓잎조차 숨어 우는
적막한 정해사 아래 편
밭을 일구는 스님의 법복자락에도
심상치 않은 바람이 있고

엎드려 몰래 핀 제비꽃 하나에
몸살을 앓는 여인네들이
연거푸 입술을 대는 맑은 샘물에도
바람이 묻어있다

묵은 이랑 사이에서 마주친
낯선 만남도 싫지는 않고
멀리 대웅전 지붕 위에 날아다니는
바람난 바람들 밉지 않은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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