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사 그 여자

동학사 그 여자

 

 

대웅전 마당에

살포시 들어선 여자

갸름한 얼굴에 역광이 더 고운 여자

입가에 웃음이 걸리면

화르르 은행잎이 쏟아지는 여자

하얀 목덜미에 까만 재킷이

어울리는 여자

천사의 나팔소리*를 닮은 여자

향기로운 여자

그 향기에 부처님도 잔기침을 하고

간간이 먼 하늘로 추녀 끝으로 돌담으로

그리곤 내 눈 속으로

돌아와 머무는 눈빛,

그 날 눈멀어

돌탑에 걸어 둔 소원도

요사채 앞을 서성이는 허기도 버려둔 채

단풍은 구경도 못하고 버스에 올라 탄 날

돌아와 전화를 꺼냈다

아뿔싸, 번호가 없다

 

 

 

* 천사의 나팔 : 동학사 대웅전 마당에 있는 꽃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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