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며

봄을 기다리며

 

 

오늘은

하루 종일 창문을 열어 두었으면 좋겠어

차가운 아침 공기가

하얀 입김이 되어가는 것도 보고 싶고

길 건너

제 그림자에 눈 덜 녹은 정류장 표지판이

혼자 서 있는 모습도 보고 싶어

 

정오쯤엔

햇살이 아파트 숲을 넘어와

우리 좁은 마당에도 잠시 거처를 두었으면 좋겠어

오후엔 눈발이 글썽일 것이라던

기상 아나운서의 마른 목소리는 풀이 죽고

쌀쌀맞던 겨울바람이 휑하니 드나들던 담장구멍에도

뜨거운 숨소리 들렸으면 좋겠어

 

회랑처럼 이어진 이 도시의 시선도

오늘은 좀 생각에 잠겼으면 좋겠어

바쁘게 내달리던 자동차도 기름이 떨어졌으면 좋겠고

부산하게 쏘다니던 거리도

내 머플러를 두고 온 찻집도

겨울 포구처럼 문이 잠겼으면 좋겠어

 

오늘은 다만

지나가던 사람들 모두

이 창문 열린 낯선 집 앞에 서서

열병에 가슴 뜨거운 마당가

목련의 쾌유를 빌어주었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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