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봄은

오늘은 하늘이 슬픕니다 나뭇가지는 물이 오르는지 꿈틀대지만 쉬 새순을 내주지 않습니다 겨울은 가고 봄은 오지 않는 거리에 사별한 바람이 이는 어수룩한 저녁입니다 몇 해전 지하철에서 만난 낯선 사람이 갑자기 보고싶고 하나 둘 불이 켜져가는 비틸진 마을의 라면 냄새가 허기를 더해오는 숨막히는 작은 섬 곁에는 빈 걸음만 떠 있는 숨이차 숨을 마시는 우리 텅 비어 너무 너른 소매 끝으로 노랫소리 스러집니다 저 아래 주목 그림자 빙빙 도는 뜰 너른 집에 오늘 아침 산수유 꽃눈을 떴다는데 허름한 종아리에 아직 소름이 돋는 우리동네 해발 백미터 봄이 올라오기 너무 가팔라 하늘도 슬픈지 추적추적 빗물을 흘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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