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당신의 연분홍 꽃잎을
소롯이 받쳐든 꽃받침입니다
하늘에서나 땅에서나
정갈한 숨을 실어 나르는 길목에서
당신의 따뜻한 체온을 지키는
작은 우주입니다
봄 밤, 바람이 당신의 입술을 스쳐
달빛에 향기라도 묻으면 그만
가슴이 척 내려앉는
외로움의 보물창고이기도 합니다
당신은
푸른 나의 꽃받침에서 꿈을 꾸는
아름다운 꽃잎입니다
날마다 예쁜 꽃술을 흔들며
나에게만 이야기하는
하나뿐인 나의 별입니다
소낙비가 고운 얼굴을 후려치고
따가운 햇살로 훼방을 놓아도
언제나 나에게만 의지하고 기대서는
그리움의 피난처입니다
보지 않을 것과
듣지 않을 소리를 나눌 줄 알며
침묵과 기다림의 의미를
가슴에 포갤 줄 아는 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