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에 가고 싶다

 

내 어릴 적 그 커다랗던 교실에도 장마는 있었다
파란 비닐우산에
친구랑 둘이서 겨우 머리만 비집고 학교에 가면
우리 교실 교단 옆에는 의례 비가 새고 있었다
얼른 찌그러진 양철 바케스를 갖다 받치면
탱∼ 탱∼ 하고 떨어지는 그 첫 방울 소리가 어찌나 맑던지
그러나 그 소리는 이내 퍽 퍽 하고 둔탁해 졌다가
바닥에 차츰 물이 고이면서
퐁 퐁 소리를 내며 사방으로 울려 퍼지는 것이었다
여기저기 아이들 소리 까르륵거리고 새는 곳 늘어나
주전자에 대야에 물조루까지 갖다 받치다보면
그때 꼭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이 가난한 조국의 장래를 아이들 어깨에 지움이 늘 미안한
선생님의 열정은 축축한 교실의 습기를 다 말리고 있지만
올망졸망한 아이들의 귀에는 언제나 고 신기한
실로폰 소리만 들렸다
핑∼ 통 토동 탁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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