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빛이다
햇살마저 말라 가는 황량한 벌판에
엎드려 울고 있는 까칠한 수초들
바다로 깊이 내린 발목이 아파
눈물이 피가 되었다
은빛이 찰랑이던 물길에는
어디서 들어와 자랐는지
훌쩍 키를 넘긴 은 억새 수런거리고
띄엄띄엄 소금창고 낡은 문짝들
소리 없는 소리로 울고있다
푸드득
침묵을 털고 날아오르는 새 한 마리
휑하니 바다로 돌아가는 갯바람
설움으로 서 있는 미루나무 하나
이제는 모두 소금기가 가신 듯
어디론가 채비에 바쁜 듯 하지만
다만 홀로 돌아온 가을만
서쪽 하늘 가득 가슴을 풀어놓고
부르지 못할 이름을 부르듯
붉게붉게 취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