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의 기도
정호승
봄이 오면 아버지 돌아오세요 나라에 죄가 많아 어둠이 깊어가도 숫색시적 어너미가 잠들기 전에 살구꽃 살짝 피면 돌아오세요 양복점 심부름꾼으로 눈칫밥을 먹다가 바다가 보이는 소년원에서 파도소리에 아버지가 그리웠어요 가봉한 양복의 실밥을 뽑으면서 양복마다 손님들의 이름을 새기면서 기다령도 끝끝내 오지 않던 아버지 죄 없는 사람 잡아간다며 길길이 뛰며 콩밭 이랑 사이로 잡혀가던 아버지 죄는 미워도 미운 사람 없다고 바다와 노인처럼 살아가야 한다고 소년원 김 선생님이 등 두드려줄 때마다 수평선에 내려앉은 한 갈매기로 아버지 가슴속에 내려않아 울었어요 봄은 와도 날은 이미 저물었으니 돌아와요 아버지 개망초꽃 필 때까지 해마다 동생들이 콩새처럼 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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