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집일기
가영심
자존의 낡아버린 빈둥지만 남아있는 내 안에서 불현듯 꿈꾸던 추억의 애벌레가 기어나온다
젊은 날 끝없던 열정의 망으로 낚아채 오던 희망 사랑 그리고 고뇌라는 이름들의 곤충들이 어느새 다 빠져나가 버린 채 텅 빈 가슴에다 나도 모르게 압정들을 무수히 꽂고 살아왔다
나도 가끔은 압정들을 빼어 버리고 싶다 압정 빼어낸 자리마다엔 침봉처럼 향기 가득한 후리지아 한 송이씩 꽂아보고 싶다
내 가슴에도 어느 날 꽃망울 터뜨리며 노오란 후리지아 꽃입술들 일제히 아 애 이 오 우 음치교정을 위한 발성연습처럼 때로는 나도 새로운 변신을 꿈꾸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