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쟁이 마을 처녀의 노래
민 영
내 어미는 강 건너 주막에서 해금을 켜며 음색을 파는 복사꽃 주모.
이곳 통쟁이 마을에 들어와 살고부터 아비는 나무를 베어 술통을 만들고 어미는 누룩 빚어 술을 익히셨소이다.
사시사철 맨발로 뛰어다니는 내 재주라고는 걸음이 잰 것과 양떼를 몰면서 호드기를 부는 일밖에. 얼굴 예쁘다는 생각은 한 적도 없답니다.
그럼에도 이 몸을 가슴 넓은 대왕께서 안아주시겠다니 삭신이 녹을 것처럼 황홀하군요. 하지만, 제 몸에 씨 들거든 잊지 말아주세요! -찬(讚)하노니, 해모수의 나라의 왕릉은 아득한 옛날부터 이렇게 비천한 여자의 몸으로도 이어져 왔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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