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심사는 아담하고 조촐한 산사다. 지금 세상에 산사다운 산사가 제대로 남아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개심사는 그런 아쉬움의 일부나마 달래주기에 충분하다
산사에 든다. 아니 洗心洞에 든다. 고요한 햇살이 막 잠에서 깨어난 용의 미동처럼 울창한 소나무 숲을 뚫고 나오면서 이내 자연미가 그대로 살아 있는 돌계단위로 쏟아져 내린다.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르다보면 싱그러운 숲내음이 더러운 세상의 흔적을 지우며 따라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 소나무 숲길이 없었다면 개심사에 오르는 일이 헛되다 느껴도 변명할 수 있는 한귀절의 잡설도 만들지 못했으리라. 절은 작되 숲이 울창한 것은 이쁘고 반갑다. 겨우 통나무 하나 걸쳐놓은 연화 연못을 지나 절에 이르면 맞배 지붕을 이고 앉은 대웅전을 중심으로 좌측에 심검당과 설선당이 있다. 심검당은 휘어진 형태그대로의 나무를 기둥으로 사용한 탓인지 하나의 건물에 부속된 기둥이라기보다는 건물 자체가 그대로 자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청이 모두 지워진 탓에 절집의 단아한 그 맛이 오히려 정겨움을 더하게 한다.
계절의 미감이야 보는 이의 마음 탓이긴 하지만 개심사는 여름보다 겨울이 좋다고 한다. 발길을 닿고 싶다면 눈 덮인 겨울산사의 정취를 기대해 보아도 좋다. 좀더 오래도록 머무른다면 새봄에 흐드러지게 피는 왕벚꽃에 취하는 즐거움도 누리리라. 대웅전 숫마루장 기와가운데 하나가 청자색을 띄고 있다. 굳이 이유를 물을 일이 아닌 것 같다.
충청남도 서산시 운산면 신창리 심왕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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