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절한 유행가에 등장하는 인적 없는 산사와 여승의 애절한 눈빛을 기대하였다면 지금의 수덕사는 아니다. 만공스님의 기행과 법력, 그리고 두고두고 보아도 아깝지 않은 대웅전의 맵시를 빼놓는다면 별로 볼게 없는 절이지만 근래에 들어 덕숭문중의 힘을 자랑이라도 하듯 잔득 힘을 붙여 놓았다. 허술하게 보이는게 견딜 수 없었다면 부처를 따르는 일 자체가 허술한 것임을 잊어버린 탓일게다.
덕숭산은 수덕사를 비롯하여 정혜사, 견성암, 소림초당, 금선대, 전월사 등을 안고 있는 요란하지 않은 명산이다. 소나무와 느티나무, 떡갈나무 등이 이루는 울창한 숲의 향기는 마음을 淨하게 하고 눈을 明하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산정까지 오르는 천이백개의 계단 또한 마음을 씻기에 충분하다.
충청남도 예산군 덕산면 사천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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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난 바람
바람이 났다 절 집 추녀 끝을 붙잡고 늘어지는 풍경 소리도 덕숭산 가슴을 헤집고 얼굴을 부비는 개울물도
만공탑 오르는 길 옆 겨우 가지 하나를 내어 꽃잎을 문 진달래까지도...
댓잎 조차 숨어 우는 적막한 정해사 아래 편 밭을 일구는 스님의 법복자락에도 심상치 않은 바람이 있고
엎드려 몰래 핀 제비꽃 하나에 몸살을 앓는 여인네들이 연거푸 입술을 대는 맑은 샘물에도 바람이 묻어있다
묵은 이랑 사이에서 마주친 낯선 만남도 싫지는 않고 멀리 대웅전 지붕 위에 날아다니는 바람 난 바람들 밉지 않은 봄날이다
** 김승동 시집 <아름다운 결핍>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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