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질녘 노을이 들면 기울어지는 햇살과 미풍에 갇힌 경내는 해탈의 무아지경으로 접어들게 한다. 범종각 기둥의 그림자는 제 몸을 늘여 낮게 눕고, 무량수전 앞 석등의 연꽃 조각은 온통 향기로 가득 찬다. 부석사는 올려다보는 풍광과 내려다보는 풍광을 함께 지닌 고찰이다. 부석사는 밝음과 어두움을 나누어 가진 명찰이다. 부석사는 이루어짐과 이루기 위함이 하나인 대찰이다.
해질녘에 부석사를 보라는 것은 부석사가 위치한 지정학적인 위치 때문이며, 해질녘이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지형과 어우러진 이상적인 가람의 배치 때문이다. 밝은 해는 어디서나 받아들이기 쉽지만 저무는 해는 그 깊이를 헤아리지 못하는 곳에서는 이내 숨을 죽여 버린다. 부석사는 깊고 깊은 절이다.
경북 영주시 부석면 북지리 봉황산에 있다. 은행잎이 샛노란 가로수 길과 붉은 사과가 주렁주렁한 가을에 보면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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