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을 보러 갔다가 미처 생각지도 못한 행운을 접하게 된다. 도도하게 펼쳐지는 갯벌과 바다, 영종도로 향하는 서해대교가 마치 승천하는 용인 듯 꼬리를 길게 누이고 있다. 가끔 물살을 가르는 빈배의 출렁임이 때를 벗지 못해 욕심 가득한 마음을 부끄럽게 한다. 절이라 부르기에는 대웅전과 삼성각, 그리고 요사채 하나가 전부인 풍광이 격을 갖추진 못했지만 꼭 대가람을 갖추어야만 절인가. 일부러 번잡함을 피해 정수사에 이르고 나면, 불자가 아니더라도 혜안을 얻는 안복을 누릴 수 있을 것 같다. 정수사의 대웅전은 세종 8년에 지어진 조선 초기 주심포 양식이다. 정면에는 특이하게 널찍한 마루가 있어 마치 시골집을 찾는 기분을 갖게 하며 공포는 후면이 짜임새가 있다.
그래도 볼거리는 마루나 공포가 아니라 정면 창호의 꽃살 무늬다. 간결하고 소박한 건물에 몸을 싣고 있는 창호라기에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의 화려함과 정교함이 밉지 않게 곱다. 건물의 모양새를 따라 격자형이나 빗살형으로 두었어도 탓할 바는 아니었겠지만 누구인지는 몰라도 이 건물을 지은 목수는 하나뿐이면서 가장 아름다운 장식을 창호에 두었다. 몸은 산에 있건만 눈은 어느새 바다에 의탁하게 된다. 바다를 건너오는 허주의 마음은 그 누가 헤아릴까. 이를 두고 마음을 빼앗겼다고 꾸짖는 이가 있다면 이렇게 말하라. 부처도 여기에 이르러서는 해탈의 고행을 잠시 미루어 두었노라고.
인천광역시 강화군 화도면 사기리 마리산 자락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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