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소사는 맑은 기운이 감도는 절이다. 거대한 보리수와 느티나무가 천상의 이상세계를 펼쳐 둔듯하고 소박하게 꾸며진 가람의 조화는 과한 욕심을 내지 않아 어여쁘다.
내소사의 전나무 숲길은 유명세에 힘입어 이제는 명물이 되었다. 그래서 가끔은 이 길에 대한 감상을 접어두고 들어가는 것이 부담감을 덜고 편안한 마음을 준다. 그래도 정 미련을 떨치기 어렵다면 얼른 대웅보전 문짝의 꽃살무늬에 마음을 두어볼 필요가 있다.
팔작지붕 아래 3칸에 걸쳐 새겨진 꽃살 무늬는 공예품의 수준을 뛰어넘는 걸작이다. 칸마다의 무늬는 비슷하면서도 다른데, 칠이 벗겨지고 더러는 닳아 없어지기도 해 예전의 화려함은 감추었지만 조각조각의 섬세함은 오히려 두드러져 보인다.
우리 절을 찾으면서 창호를 유심히 살피는 견고한 안목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소사는 전나무보다는 문짝의 꽃살무늬를 먼저 보아야 아름답게 느껴지는 절이다.
내소사 동종은 그대로 청자빛을 연상케 한다. 용뉴의 포뢰가 살아 있는 듯 꿈틀거리도 영롱한 푸른빛에 살아나는 상하대의 모란당초문은 직접 눈으로 보지 않는다면 무엇으로도 재현하기 어려운 섬세한 아름다움이다. 종에다 이토록 섬세함과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재주가 글자 그대로 재주인지 불심의 발로인지는 알 수 없으나 옛사람의 정교함이 오늘보다 부족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통쾌한 즐거움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상서로움을 나타내는 팔길상 중에서 삼천의 밝음과 일체의 낙을 두루 덮는다는 백개문양이 있어 종소리와 함께 모든 중생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만든 이의 마음을 보는 듯하다.
전남 부안군 진서면 변산반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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