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선암사를 찾는 객이라면 옛 절이 주는 무언의 적막함에 움츠리기보다는 아기자기한 조형미에 더불어 활짝 피어난 꽃들과 단아한 곡선미를 자랑하는 지붕선의 어울림에 황홀경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여름이어도 좋다. 비가 개인 오후, 청명한 독경 소리를 들으며 촉촉이 젖어 가라앉은 경내를 걷다 보면 여길 떠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선암사는 측백나무, 매화나무, 동백나무, 철쭉, 소나무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각종 식물들이 다양하게 분포하고 있어 마치 식물원을 연상시킬 정도다. 한 마디로 정원의 절이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다. 건물의 고색과 자연의 색들이 한데 어우러져 절집이 줄 수 있는 극치의 아름다움을 연출하고 있다. 절집이 이 정도의 미를 갖추고 있다면 그냥 스쳐가는 인연만으로도 고맙고 정겹지 않을 수 없다.
전남 순천시 승주읍 조계산 동쪽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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