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륵사 다층석탑은 우리나라에 얼마 되지 않는 대리석 탑이다. 마치 흙을 빚어 쌓은 것 같은 고운 느낌은 범상한 눈으로 보아도 다른 탑과의 차이를 구분하게 한다. 기단부는 2층으로 만들어졌고 연꽃 무늬가 조각된 갑석을 두고 있다. 특히 탑신에 새겨진 용무늬와 구름무늬는 한데 어우러진 자태가 금방이라도 탑을 휘감아 오를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게 만든다. 탑 전체를 만드는 시간보다 용과 구름 조각하는 시간이 더 많이 필요했을 것 같은 생각을 가져본다.
보이지 않는 용을 보이는 용으로 만드는 일이 어찌 잔재주나 물리적인 시간만으로 가능했을까? 이처럼 탑신에 용을 조각하는 것이야 불교에서는 흔한 경우이지만 신륵사 탑처럼 질감과 생동감이 넘치는 경우는 손에 꼽지 않을 수 없다. 이 만한 솜씨를 가진 석공이었다면 대리석이 아니어도 가능했으리라.
하지만 대리석은 역시 대리석이다. 고운 질감의 느낌은 투박한 화강암에 비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역시 보존이 문제가 된다. 공해가 심한 도회지를 벗어나 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스럽긴 하지만 풍화에 약한 대리석이라 마치 살갗을 드러내고 잇는 듯한 아찔함이 앞선다. 지금은 시골에 오는 비도 산성비라 하지 않는가.
절은 산봉우리가 솟아 내려 아득한 여강의 물굽이를 마주한 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렇듯 신륵하는 산기슭에 있으면서도 은모래와 유유한 물줄기가 바라보이는 강촌에 포근히 앉아 그 풍경이 아름답다. 조선 초 문인인 김수온은, "여주는 국토의 상류에 위치하여 산이 맑고 물이 아름다워 낙토라 불렀는데 신륵사가 이 형승의 복판에 있다"고 칭송하였다. 정형적인 배산임수의 아늑한 지형에 있지만 주위가 너무 혼탁해져 마음이 쉽게 아물지를 않는다. 구제할 중생이 가깝게 있는 것은 좋지만 오히려 절이 중생을 따라가는 것만 같은 엉뚱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경기도 여주군 북내면 천송리 봉미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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