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종사
| 간이역 | 2006-02-03 오후 5:10:12






 

수종사





절은 물 위에 있다. 그것도 두 물이 합쳐지는 양수리 잔잔한 강물위에 떠 있다. 각기 멀리서부터 산기슭에 묻은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 오느라 지친 듯 몸이 느리고 말이 없는 탓일까, 마치 가을을 타는 듯 하다.



그 절을 보기위해 운길산을 오른다. 길은 처음부터 절을 도시로 끌어내리려는 듯 널찍하게 닦여있다. 걸어야 오래 산다는 믿어야 할 진리(?)에 힘든 발걸음을 이끌고 애써 산행을 하건만 아직 깊이가 부족한 중생들이 자동차를 몰고 붕붕거리며 올라가고 있다. 돌아보며 비켜서기도 어려운데 자주 뒤쫓아 오는 그분들이 누굴까 싶어 차안을 들여다보니 거 참 신기하게도 전부 둘만 타고 있다. 그것도 꼭 쌍이 맞다.



세상 일 잊어버리려 오르는데 남의 일에 궁상을 떨 일이 뭔가 싶어 생각을 털고 하늘을 보려 고개를 들었는데 가슴이 콱 막힌다. 세상에는 없는 색, 맑고 투명한 시린 색이 눈을 뚫고 가슴에 와 박힌 것이다. 어쩌랴 잠깐 걸음을 멈추는 수밖에,,,



겨우 수습을 하고 산문 앞에 이르니 누가 가을이라 했나? 연보라 빛 작설나무 열매들이 꽃을 피우듯 손을 흔들고 절집 오르는 계단 옆으로는 연두색 풀잎들이 마치 새봄을 맞이하는 듯 눈이 부시다. 부처님의 작품인 듯 하다.



대웅전 마당엔 언제나처럼 속세의 기원이 가득하고 기왓장 무게만큼이나 무거운 독경소리 추녀 끝에 매달려 바람을 탄다. 그 바람을 따라 고개를 돌려보면 바로 그 자리에 두 물이 있다. 남한강, 북한강이 천리를 돌아와 양수리 그 너른 품에서 몸을 섞고 있는 것이다. 장엄하다. 사랑도 저 정도로 크면 세상이 숨을 죽이는 가 보다.



마침내 두 물이 합쳐져서 나라의 젖줄로 백성들의 삶속으로 흘러 들어가면 은은한 수종사의 동종 소리가 세 갈래 물길을 따라 온 세상으로 퍼져 나간다. 아름답다.



그때쯤 뒷마당의 은행나무가 몸을 흔든다. 온통 노란 세상이다. 산도 강도 하늘도 땅도 모두가 노랗다. 함께 온 듯 서넛이서 탄성을 질러대는 여자 아이들의 가슴 속까지 노랗다. 실수로 세상을 잠깐 노랑색 물감 속에 빠뜨린듯하다. 은행나무는 오백년을 저렇듯 황홀한 가을을 보냈을 게 아닌가? 그런데 나는 이제사 처음 보는 이 황홀경에 어찌 말 한마디 못하는가?



수종사가 저물고 있다. 내려가는 길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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