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이야기
그 불볕더위 아래서 발뒤꿈치 세우고
살금살금 다가가 잠자리를 잡았다.
말똥거리는 눈을 바라보다 잠자리를
하늘로 날려보냈다.
그 높은 미루나무 끝까지 올라가
기어이 매미를 잡았다.
쪼르르 내려올 때부터 "맴맴맴" 어찌나 우는지
바로 놓아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애를 태우며 고기를 몇 마리 낚아
나뭇가지에 꿰어 집으로 가져왔다.
어머니께서 보시고 못 먹는 고기라며
돼지에게 줘 버렸다.
그 바닷가 모래밭에 성을 쌓았다.
더 넓게. 더 높게. 더 튼튼히 짓느라 해 가는 줄 몰랐다.
어머니께서 "용철아 밥 먹으로 오니라"
하고 부르시면 친구들과 일제히 성을 밟아 버렸다.
그 여름들은 어디로 갔을까?
그 애태움, 그 설렘, 그 꿈들은
사라져 버린 건가?
그것들은 다 허무하고 환상이었던가?
오늘 나는 그것들을 떠올리며 여름을 맞고 있다.
그 즐거움 따라 도시를 걷고 있다.
그 것들은 때마다 깨알처럼 튀어 올라
나를 지혜롭게 하고 풍성하게 한다.
아. 그것들은 미리 준비 된 오늘을 위한 선물이었다.
출처 : 정용철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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