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
| 황규진 | 2009-07-04 오전 11:57:08










      여름 이야기



      그 불볕더위 아래서 발뒤꿈치 세우고

      살금살금 다가가 잠자리를 잡았다.

      말똥거리는 눈을 바라보다 잠자리를

      하늘로 날려보냈다.



      그 높은 미루나무 끝까지 올라가

      기어이 매미를 잡았다.

      쪼르르 내려올 때부터 "맴맴맴" 어찌나 우는지

      바로 놓아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애를 태우며 고기를 몇 마리 낚아

      나뭇가지에 꿰어 집으로 가져왔다.

      어머니께서 보시고 못 먹는 고기라며

      돼지에게 줘 버렸다.



      그 바닷가 모래밭에 성을 쌓았다.

      더 넓게. 더 높게. 더 튼튼히 짓느라 해 가는 줄 몰랐다.

      어머니께서 "용철아 밥 먹으로 오니라"

      하고 부르시면 친구들과 일제히 성을 밟아 버렸다.



      그 여름들은 어디로 갔을까?

      그 애태움, 그 설렘, 그 꿈들은

      사라져 버린 건가?

      그것들은 다 허무하고 환상이었던가?



      오늘 나는 그것들을 떠올리며 여름을 맞고 있다.

      그 즐거움 따라 도시를 걷고 있다.

      그 것들은 때마다 깨알처럼 튀어 올라

      나를 지혜롭게 하고 풍성하게 한다.

      아. 그것들은 미리 준비 된 오늘을 위한 선물이었다.



      출처 : 정용철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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