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한 사이
| 황규진 | 2009-01-13 오전 9:09:35



      *** 친한사이 ***




      세상에는 듣기 좋은 말이 많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나는 '친한사이'라는 말을 아주 좋아한다.



      그 말에는 너무 진한 오렌지 향보다 없는 듯 은은히 혀끝을 감도는

      바나나 향기가 날 것만 같다.



      아니 그 말에는 무심코 걸어가다가

      걸음을 멈추게 하는 찔레 향기나 코끝을 자극하는 치자꽃 향보다는

      오래 가까이 있어야 비로소 향내를 알아차릴 수 있는 이름도 알 수 없는

      풀꽃이나 난향같은 것인지 모른다.



      친한사이'라는 말에는 요란스럽지 않은 그윽하고 온화한 감동이 있어

      좋은 것이다.



      내가 한 친구를 가르켜 '친한사이'라고 말하면 이내 내 얼굴에는 만면의

      웃음, 그것도 자애로운 웃음이 가득 퍼질 것이다.



      그 웃음은 그냥 잠시 피었다가 꼭지가 떨어지는 그런 웃음이 아니다.


      온몸에 배어 시간이 흘러도 사그라지지 않는 생명이 긴 그런 웃음인

      것이다



      '친한사이'라는 말에는 피가 잘 통해서 대화가 막히는 법이 없고 오해도

      미움도 없어서 건강하고 그 표정이 밝다.



      내가 누군가로부터 '친한사이'라는 소개를 들으면 그 말에는 적어도

      내게 대한 믿음이 섞여 있는 말이다



      믿음이 없이는 친한사이는 있을 수 없으나 그렇다고 그 믿음은 무작정

      어떤 말이든 신뢰하는 그런 믿음이 아니다.



      그릇된 점이 보일때 가차없이 지적해 줄 수 있는

      믿음이 있을 때 비로소 친한사이가 되는 것이다.



      나는 그런 친구의 우정을 귀하게 받아들인다.

      적당하게 칭찬만 해주는 친구는 이세상에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진짜 우정은 사랑이 있는 충고를 해 줄 수 있는 친구일때 진실로

      친한사이'는 적어도 자주 만나야 된다.



      어떤 시인이 '사랑할 때 가장 필요한 선물은 시간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사랑할 때 시간은 주지 않고 멀리서 좋은 선물만 준다고 할 때

      그것처럼 안타까운 것은 없으리라.

      결국 그 사랑은 허기져 죽게 될 것이 뻔하다.



      사랑은 한마디로 그리움, 같이 있고 싶음 그것이다.

      친한사이는 바로 같이 있고 싶음을 최대한 누리는 그 사이일 것이다.



      그러나 너무 서둘지 말라. 조금 멀리 있어도 자주 만나지 않아도

      누구보다 친한사이 일 수 있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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