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운...
| 황규진 | 2008-03-21 오전 9:29:22




◈-아름다운 편지




 

아름다운 편지/박선희



내가 바라보는 곳마다 꽃 피어나는

봄의 한가운데 갇힌 하루입니다.

꽃은 피어나며 피어나서, 갈 데 없이 나를 가둡니다





꽃이 나를 가두는 건지,

내가 꽃을 가두는 건지,

내 몸 깊은 데까지 꽃빛은 파고들어

내가 꽃인지,

꽃이 나인지,





이러다가는 나도 몰래

나 혼자 쓸쓸히 꽃 피겠어요.

이런 날 나 혼자 꽃 피긴 싫어요.

나 혼자 꽃 피긴 죽어도 싫지만,

나 혼자 견디기 힘들지만,

꽃 피기 전에 올 수 없다면...

그대여,

꽃 지기 전에도 올 수 없다면

고개 들어 잠시, 먼 나를 보셔요

꽃 보며 스치는 그 많은 생각 중에서

내 생각에 머무셔요.

머무는 그 순간에 내가 꽃 피겠어요.





꽃들이 나를 가둬, 어디에도 갈 수 없어

봄날 꽃빛 아래 앉아 꽃편지로 물듭니다.

그리운 안부를 묻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편지를 씁니다.

꽃의 언어로 그리움을 씁니다.





꽃송이 뭉클뭉클 피어오르는 아침,

내 몸 깊은 데까지

꽃빛 파고들어 3월은, 만개하는 중입니다.





꽃피는 봄날입니다.

꽃피는 3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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