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비l...
| 황규진 | 2008-04-11 오전 9:24:57




      *** 봄비 그의 이름 같은 ***


      저렇게
      가슴이 부풀은 가지사이로
      촘촘히 내리던 봄비가 있었다
      젖은 온돌방 아랫목에서 이불깃을 끌어안고
      속으로만 그의 이름을 쓰던...
      우산을 쓴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분주함이란 찾아 볼 수 없는
      단발머리 같은 봄비가

      어차피 당도하지 않을 가슴앓이가
      강을 이루고
      증류된 생각들이 향기도 없이 빗물에 젖는
      알 수 없는 그리움이 있었다
      며칠 지나면 의례 새싹이 움트고
      주책없이 여기저기 철쭉이 몸을 풀던
      그 봄

      오늘
      창 밖 가로수 키가 자라
      전깃줄에 매인 물방울에 입맞추며
      간간이 나누는 얘기가 봄비일 성싶다
      아직도 분주함이 없기는 마찬가지이겠지만
      이 비 지나도
      내겐 언제나 새순이 움트지 않던
      말라 버린 가슴에
      이제와 뿌려질 그의 이름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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