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편지             
              내가 바라보는 곳마다 꽃 피어나는 
  봄의 한가운데 갇힌 하루입니다.
  꽃은 피어나며 피어나서, 갈 데 없이 나를 가둡니다
 
 
 
 
  꽃이 나를 가두는 건지,
  내가 꽃을 가두는 건지,
  내 몸 깊은 데까지 꽃빛은 파고들어 
  내가 꽃인지,
  꽃이 나인지,
 
 
 
 
  이러다가는 나도 몰래 
  나 혼자 쓸쓸히 꽃 피겠어요. 
  이런 날 나 혼자 꽃 피긴 싫어요.
  나 혼자 꽃 피긴 죽어도 싫지만,
  나 혼자 견디기 힘들지만,
  꽃 피기 전에 올 수 없다면...
  그대여,
  꽃 지기 전에도 올 수 없다면 
  고개 들어 잠시, 먼 나를 보셔요
  꽃 보며 스치는 그 많은 생각 중에서 
  내 생각에 머무셔요. 
  머무는 그 순간에 내가 꽃 피겠어요. 
 
 
 
 
  꽃들이 나를 가둬, 어디에도 갈 수 없어 
  봄날 꽃빛 아래 앉아 꽃편지로 물듭니다.
  그리운 안부를 묻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편지를 씁니다.
  꽃의 언어로 그리움을 씁니다.
 
 
 
 
  꽃송이 뭉클뭉클 피어오르는 아침,
  내 몸 깊은 데까지 
  꽃빛 파고들어 3월은, 만개하는 중입니다.
 
 
 
 
  꽃피는 봄날입니다.
  꽃피는 3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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