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등의 집
| 황규진 | 2008-02-04 오전 8:57:53



      내 등의 짐

      내 등에 짐이 없다면 나는 아직도 미숙하게
      살고 있을 것입니다.
      내 등에 있는 짐의 무게가 내 삶의 무게가 되어
      그것을 감당하게 하였습니다.
      이제 보니 내 등의 짐은 나를 성숙시킨
      귀한 선물 이였습니다.

      내 등에 짐이 없다면 나는 세상을 바로
      살지 못했을 것입니다.
      내 등에 있는 짐 때문에 늘 조심하면서
      바르고 성실하게 살아왔습니다.

      내 등에 짐이 없다면 나는 사랑을 몰랐을 것입니다.
      내 등에 있는 짐의 무게로 남의 고통을 느꼈고
      이를 통해 사랑과 용서도 알았습니다.
      이제 보니 내 등의 짐은 나에게 사랑을 가르쳐 준
      귀한 선물 이였습니다.

      내 등에 짐이 없다면 나는 겸손과 소박함의
      기쁨을 몰랐을 것입니다.
      내 등의 짐 때문에 나는 늘 낮추고 소박하게
      살아왔습니다.
      이제 보니 내 등의 짐은 나에게 소박함의
      기쁨을 알게 한 귀한 선물이였습니다.

      물살이 센 냇물을 건널 때는 등에 짐이 있어야
      물에 휩쓸리지 않고, 화물차가 언덕을 오를 때는
      짐을 실어야 헛 바퀴가 돌지 않듯이
      내 등의 짐이 나를 불의와 안일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도록 하였으며, 삶의 고개 하나하나를
      잘 넘게 하였습니다.

      출처 : 정용철 《마음이 쉬는 의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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