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나 봐요. / 안 성란
하늘에 그려진
하얀 그림은 파랑 물감 뿌려 놓은 듯
곱기만 한데
시간은 수많은 수다를 늘어 놓고
세월이 지나가는 터널에 가을이 오나 봐요.
초록 나무 그늘
소곤거리는 풀벌레 소리는
평온함을 주고
빨간 옷을 입은 노을을 바라보면
외로움의 색을 찾아
맴도는 그리움으로 가을이 오나 봐요.
길가에 코스모스
허리를 잘라서
투명한 음료수 병에 꽂아
낡은 책상 한쪽에 놓고
턱 괴고 앉아서 노트 한쪽 찢어 놓고
어색한 시 한 편 마음에 들지 않아 구겨 버리던
추억으로 돌아가는 가을이 오나 봐요.
바람 따라 세월이 흐르고
마음 따라 새 옷을
갈아입는 가을이 오나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