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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글. 고정희 / 낭송. 베아트리체
 
 
 길을 가다가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너를 향한 기다림이 불이 되는 날
 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올라
 그 불 다 사그러질 때까지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혔다
 
 네가 태양으로 떠오르는 아침이면
 나는 원목으로 언덕 위에 쓰러져
 따스한 햇빛을 덮고 누웠고
 
 누군가 내 이름을 호명하는 밤,
 나는 너에게 가까이 가기 위하여
 빗장 밖으로 사다리를 내렸다
 
 달빛 아래서나 가로수 밑에서
 불쑥불쑥 다가 왔다가
 이내 허공중에 흩어지는 너
 네가 그리우면 나는 또 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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