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 황규진 | 2007-07-02 오후 2:33:31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글. 고정희 / 낭송. 베아트리체


    길을 가다가 불현듯
    가슴에 잉잉하게 차오르는 사람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너를 향한 기다림이 불이 되는 날
    나는 다시 바람으로 떠올라
    그 불 다 사그러질 때까지

    스스로 잠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 떠오르는 법을 익혔다

    네가 태양으로 떠오르는 아침이면
    나는 원목으로 언덕 위에 쓰러져
    따스한 햇빛을 덮고 누웠고

    누군가 내 이름을 호명하는 밤,
    나는 너에게 가까이 가기 위하여
    빗장 밖으로 사다리를 내렸다

    달빛 아래서나 가로수 밑에서
    불쑥불쑥 다가 왔다가
    이내 허공중에 흩어지는 너
    네가 그리우면 나는 또 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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