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마스의 기억
| 간이역 | 2006-12-25 오후 3:20:14


크리스마스의 기억





우리들에게 아기 예수님의 탄생은

기쁨이라기보다 신나는 일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었습니다.



집에서 5리쯤 떨어져 있는 예배당까지

캄캄한 밤에 친구들과 함께

그 추운 겨울날 언 땅을 밟으며 가는 길이란

시켜도 하지 못할 일지요



그래도 손을 호호불며 예배당 안에 들어서면

언니 누나들이 반갑게 맞아 주었고

짚으로 만든 초막 안 구유에 누워있는

아기예수님의 모습이 너무 신기 했습니다



요즘 같이 화려하진 않지만 반짝이와 색종이로 장식한

크리스마스 트리는 그것만으로도

어린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습니다.



기도소리에 아랑곳 하지 않고

마루바닥을 쿵쾅거리며 장난질을 치거나

신나는 캐롤송을 따라 부르기도 하고 천방지축이었지만

하느님은 그리 화내지 않으셨습니다.



그러다가 유리창에 하얗게 성에가 가득 끼면

성탄예배는 끝이 나고 누나들이 나와서

어김없이 그 달콤한 사탕과 비스킷을 한 움큼씩 나눠주지 않겠습니까?

덤으로 공책도 한 권씩 말입니다.



그 날 밤 돌아오는 길은

바람이 불어도 춥지 않았고 멀리 산 밑에 쪼그려 앉은

희미한 우리 집 불빛 하나로도 온 길이 밝기만 하였습니다.



입안에 녹는 사탕만큼이나 달콤하던 어린시절의 기억

하느님 보시기에 언제나 좋던 그 순수한 생각들 다 어디가고

어찌하면 좋습니까? 이제 내 마음 속,

아기예수님께서 머무르실

그 작은 빈 방 하나 없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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