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네 세상 어디에 있는가
세월은 오는 것이 아니라
가는 것이란 말을 실감할 수 있는 12월이다.
금년 한 해를 어떻게 지나왔는지,
무슨 일을 하면서 어떻게 살았는지,
어떤 이웃을 만나 우리 마음을 얼마만큼 주고받았는지,
자식들에게 기울인 정성이 참으로 자식을 위한것이었는지
혹은 내 자신을 위한 것이었는지도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안으로 살피는 일에 소홀하면,
기계적인 무표정한 인간으로 굳어지기 쉽고,
동물적인 속성만 덕지덕지 쌓여 가면서 삶의
전체적인 리듬을 잃게 된다
우리가 같은 생물이면서도 사람일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삶을스스로 되돌아보면서 반성할 수 있는
그런 기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나직한 목소리로 물어보라
'너는 네 세상 어디에 있느냐?
너에게 주어진 몇몇 해가 지나고몇몇 날이 지났는데,
그래 너는 네 세상 어디쯤에 와 있느냐?'
이와 같은 물음으로 인해
우리는 저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울려 오는
진정한 자신의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그리고 삶의 가치와 무게를 어디에 두고 살아야 할 것인지도
함께 헤아리게 될 것이다
-법정스님 [오두막 편지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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