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겨울안개
| 황규진 | 2006-01-04 오전 10:13:10

- 겨울안개

 

한 줄기 빛 앞에서도 자꾸 흐려지며
버둥거리며 살아왔듯이
소용돌이치는 날이면 잔뜩 끼어있는 안개는
혹시나 부르지 않을까 어렵사리 버티어 보지만
여릿여릿한 거스러미들로 사라져야만 하는 애잔한 편린들이다


이제는 꿈마저도 흐려지며 목이 메이고
앞이 보이지 않는 계단 없는 비상구는
뒤가 터질 듯 심상치 않은 지푸라기 같다


떠밀려 들이대며 뒤쫓아 오는 힘에
뒤뚱뒤뚱하지 않으려고 와들와들 움츠려보지만
이내 곤두박질하며 사라지고
꿈마저도 와그르르 버려야 하는 것이 애달프다


오염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이 막막한 허상경계에서
서로가 부대끼며 바둥바둥 살아야만
어두운 그늘에서도 서로의 모습으로 닮아가지

천국은 아니다만 그곳에서만이라도
겨우내 살포시 고개든 여리고 여린 싹은
누구도 침범하지 않는 곳에서
시간이 지나면 아름다울 수 있게

시간이 지나도 담을 수 있게
때로는 버려야 할 때도 담을 수 있게
언제나 이것보다 더 정확한 것이 없다


너일 수만 있다면
가장 완벽한 세상 모두가 네 안에 존재한다면
미래 과거 또한 지금도 움츠러지고
네 있는 이곳
어쩔 수 없이 열구름 위로 살았는지조차도 모르게
깔아뭉개져도 굽히지 않고
오늘도 안개 자욱한 바닥자식들의 자유해방을 위해
둘이면서 하나인 목숨 되어
보이지 않는 한 줄기 빛 앞에서도 궤적으로 남긴다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떠돌며
너에게 있는 난
나에게 너 있다고
네 아픔 속에 있는 응어리는
흙탕물에 풀어놓고
아리랑 노랫가락처럼 면면히 흘러 살고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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