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의 뒤란에 내리는 눈
| 간이역 | 2005-11-17 오전 11:13:36
당신의 뒤란에 내리는 눈


구봉완


우리의 삶이 허전해서 묵혀두던 그곳
아직 뒤꼍에는 매운 세월이 그대로 있네
대숲과 집과 장독대 사이 막사발 몇이
서로 포개져 허전한 몸을 가누고 있네
왁자하게 떠드는 댓잎들 가득도 하여
토방에 가지런한 신발을 신어보네
잠긴 부엌문 열고 나오는
바람결에 새떼 우르르 내려앉는
찬장을 뒤져 꺼내오는
짧은 삶의 순간들
좋아서 뒤꼍에 가득 쌓여 있네
오래된 것엔 비밀이 있어 들키지 않을까
흰눈이 소복소복 장독 위를 다독일수록
노인의 굽은 등이 사발 속에서 걸어 나오네
흰밥을 가득 퍼 손을 잡으라 하네
금이 간 채로, 귀가 떨어진 채로
남루한 오늘을 데리고 앉아
누구나 갖고 싶은 둥근 몸을 그리며
사기막골 할머니들과 옹기종기
세월의 맛을 찍어보네.



**곧 눈이 올것 같지요? 하늘이 흐려요
시는 핸대시 10월호에서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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