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고향은 - 이수익
| 간이역 | 2005-10-29 오후 1:43:27
나의 고향은


이 수 익


나의 고향은
대청마루를 지나 문지방을 건너 안방으로 들어오던
눈부시고 따사로운 아침햇살에 있다.
새벽이면 어머님이 길어 롤리시던 우물
그 두레박 넘치던 충만에 있다. 물빛
맑은 순결에 있다.

나의 고향은
들어도 자꾸만 다시 듣고싶은 옛이야기로 쌓아올린
돌각담 길게 이어져간 골목에 있다.
담 넘어 집집의 뜨락에서 닭들이 쪼아먹던
고요한 마을 평화에 있다. 그 무사함에 길들여진
단순성에 있다.

나의 고향은
밥 짓는 연기 가물가물 피어오르던 저녁 무렵
배고픈 시장기에 있다.
먼 논밭에서 돌아오는 농부와
나뭇짐을 지게 지고 하산하는 아이들이
잠시 그리운 눈빛으로 서서 바라보던 원경의 보금자리,
그 포근하고 넉넉한 품속에 있다.
아, 어쩌면
지금도 나를 기다리고 있을 듯한......



| 말 - 이수익
| 자수(刺繡) - 허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