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과정
신달자
영하 20도 오대산 입구에서 월정사까지는 소리가 없다 바람은 아예 성대를 잘랐다 계곡 옆 억새들 꼿꼿이 선채 단호히 얼어 무겁다 들수록 좁아지는 길도 더 단단히 고체가 되어 입 다물다 천 년 넘은 수도원 같다 나는 오대산 국립공원 팻말 앞에 말과 소리를 벗어놓고 걸었다 백분의 일로 줄어든 몸이 겨우 사람형상을 하고 드디어 자신보다 큰 결의 하나 시선이 주는 쪽으로 스며 섞는다 무슨 저리도 지독한 맹세를 하는지 산도 물도 계곡도 절간도 꽝꽝 열 손가락 깍지를 끼고 있다 나도 이젠 저런 섬뜩한 고립에 선 얹을 때가 되었다 날 저물고 오대산의 고요가 섬광처럼 번뜩이며 깊어지고 깊을수록 스르르 안이 넓다 경배 드리고 싶다.
카툰, 강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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