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의 말 ]


 


나는 늘 누가 보고 싶다. 그게 누군지 어디에 사는지, 어
떻게 생긴 사람인지는 나도 모른다. 그렇지만 누구인지도
모르는 그가 언제나 날 그립게 한다. 나는 항상 그 그리움
을 찾아 길을 나서곤 하지만 그 때마다 그 길 위에서 나를
잃어버리고 빈 그림자만 거두어 돌아오기 일쑤다.


그러나 나는 한번도 슬프지 않았다. 떠날 때나 돌아올 때
나 내 소매 끝은 언제나 정갈할 뿐 젖어 있지는 않았다. 그
리움은 아름다운 것이다. 손수건이기보다는 머플러이고 저
녁 어스름이기보다는 맑은 아침햇살이다. 훨씬 역동적이며
희망적이다. 나는 그 그리움이 있어 늘 행복했다.


-그동안 월간 ‘좋은여행’에 연재하였던 짧은 글들과 좋
아하는 몇 편의 시들을 모아 이 책을 엮었다. 보통 마감에
쫓기어 보낸 원고들이라 글의 모양을 갖추기보다는 글씨의
모양을 갖춘 것들이어서 세상에 내놓기는 감히 두려웠으나
문단의 오랜 선배님들 권고도 있고 독자들의 은근한 기다
림도 있고 하여 용기를 내 보았다. 가끔 혼자만의 그리움
을 추억하거나 지난 시간의 아름다움에 행복해하시는 분들
께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솔직히, 이제는 나도 그 그리움의 대상이 누구인
지 알고 싶다.


2005년 가을
김승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