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그의 이름 같은

 

저렇게
가슴이 부풀은 가지 사이로
촘촘히 내리던 봄비가 있었다.
젖은 온돌방 아랫목에서 이불깃을 끌어안고
속으로만 그의 이름을 쓰던…….
우산을 쓴 사람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분주함이란 찾아볼 수 없는
단발머리 같은 봄비가.

어차피 당도하지 않을 가슴앓이가
강을 이루고
증류된 생각들이 향기도 없이 빗물에 젖는
알 수 없는 그리움이 있었다.
며칠 지나면 으레 새싹이 움트고
주책없이 여기저기 철쭉이 몸을 풀던
그 봄.

오늘
창 밖 가로수 키가 자라
전깃줄에 매인 물방울에 입 맞추며
간간이 나누는 얘기가 봄비일 성싶다.
아직도 분주함이 없기는 마찬가지겠지만
이 비 지나도
내겐 언제나 새순이 움트지 않던
말라 버린 가슴에
이제와 뿌려질 그의 이름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