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석은 개구쟁이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좀 모자라는 것 같기도 하였습니다. 늘 동네 아이들하고 티격태격 싸우 기가 일쑤고 그러다가 자기보다 아래인 조무래기들 앞에서 엉엉 울기도 하였습니다. 눈물이 펑펑 쏟아질 때 보면 남 이 봐도 무척 서러워 보이는 아이였지요. 그런데, 하루에도 꼭 한 두 번씩 일어나는 일이지만 천 방지축 뛰어다니다가 골목 입구 가겟집 진열대를 들이받아 물건들을 우르르 쏟아버리거나 코흘리개 아이를 놀리다가 형한테 혼쭐이라도 나게 되면 녀석은 꼭 뒷집 김씨 할아버 지 집으로 도망가는 것이었습니다. 제 집에 형도 있고 멀 쩡하게 엄마 아빠가 살아 계시는데 말입니다. 하는 일이라고는 할머니하고 두 분이서 조붓한 툇마루에 걸터앉아 해바라기를 하는 것 외에는 전혀 없는 것 같은 김씨 할아버지는 늘 허허 웃으시며 그 녀석을 당신의 너른 등 뒤로 숨기시는 것입니다. 마치 친손자처럼 말입니다. 한참을 숨어 있다가 사태가 수습되고 나면 얼굴을 삐죽이 내밀며 나오는 그 녀석은 할아버지 얼굴도 한번 안 쳐다보 고 쓰다 달다 말도 없이 그 집을 나옵니다. 물론 할아버지 는 빙긋이 웃기만 하십니다. 거짓말 같은 이 두사람의 인연은 찬바람이 솔솔 들기 시 작하는 늦가을에서부터 추운 겨울을 지나 새싹이 돋을 때 까지도 계속됩니다. 그러다가 햇살이 뜨거워지고 웃옷을 하나씩 벗을 때쯤이 되면 김씨 할아버지네 대문 앞 장승처 럼 서있는 포플러나무 잎들이 한 아름씩 커집니다. 색깔도 진해지면서 처음 아주 가늘게 내린 잎자루나 잎맥도 도톰 하고 예쁘게 굵어집니다. 그리고 그 아래 바람이 아무리 불어도 너르고 튼튼한 그늘이 만들어지면 할아버지와 그 아이 아예 그 그늘 밑에 같이 삽니다. 누가 누구의 그늘이 된다는 것, 누구의 그늘 속에 들어간다는 것, 그것도 참으 로 행복한 일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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