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아쉬움이란 무엇일까? 봄밤 깊이 사랑을 나누다가 아침 이면 눈물을 뿌리듯 잎을 날리며 흩어져 가는 벚꽃 같은 것일까, 온 산을 붉게 물들여 바람마저 연분홍에 빠져 헤 어나지 못하게 하다가 허옇게 빛바래며 떨어져 내리는 진 달래 같은 것일까, 늦게 도착한 편지를 들고 뛰어나간 터 미널 이층 커피숍에서 기다림을 남긴 채 떠나간 그 사람의 빈자리를 바라보는 것일까, 아니면 마지막 남은 번호 하나 를 놓쳐 행운을 거머쥐지 못한 허망한 경품권 같은 것일 까, 짜릿한 손맛으로 도랑을 훔쳐, 다 잡아 올린 물고기 한 마리를 놓치듯 내 손에서 빠져나간 저 아쉬운 소유들이 여, 그래 정녕 무엇이란 말인가? 누구의 것인가? 밤이면 눈부시게 변신하는 도심의 빌딩 들이나 강변의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을 따라 즐비하게 늘어 선 수많은 아파트들, 기름 없이도 달릴 것 같은 세련된 맵 시와 품위 넘치는 모습의 자동차, 이름 하나로 살아가는 집안 곳곳의 명품과 소중한 우리들의 애장품, 품에 들면 스물 네 시간 빠져나가지 않을 것 같은 부귀와 명예는 어 떻고 또 어쩌다 손에 들어와 그 달콤한 맛에 정신을 잃고 마는 권력은 진정 누구의 것인가? 나의 것은 아니다. 비록 그것이 누구의 것인지는 몰라도 나의 것은 아니다. 재물은 물론이요 대숲에 이는 바람도,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사라지는 봄꽃도 나의 것은 아니다. 아쉬움이란 잃어버림에서 오는 것, 잃어버릴 게 없다면 아 쉬움 또한 어디에 있겠는가. 늘 한결같이 내 손을 꼭 잡고 있는 사랑하는 나의 가족 말고 또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굳이 하나를 더 선택하라면 쌍용 차 한 대 정도겠지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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