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
객기 말입니까? 그거 여름날이면 더 심하죠. 어떤 사람들 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가 높은 날이면 더욱 심하고 좌심 실에서 나가는 피가 뜨거울수록 도가 더하다고들 합니다만 제가 알기로는 나이가 반백이 넘어가도 쉬 수그러들지 않 는다는 게 통설인 것 같습니다. 어느 해 여름인가 기적 소리보다 파도 소리가 더 컸던 동 해 바닷가에서의 일입니다. 금지된 모닥불 아래서 아삭아 삭한 모래알을 안주삼아 몇 순배 술잔이 돌고 지나가던 중 이었지요. 느닷없이 일어선 친구, 우리끼리만 이 불타는 젊음을 향유한다는 것은 전 국민에 대한 배신이자 특히 미 혼 여성들에게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자아낼 것이라며 대 오각성 선언문을 읽어 나갔습니다. 출정식의 병사처럼 얼 굴의 술기가 결연한 의지로 바뀌기 시작한 우리는 한 시간 여의 사투 끝에 길 건너 텐트촌에서 마찬가지로 외로움에 몸살하던 또래의 미모들과 꺼져 가는 장작 불티 아래 자리 를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분위기가 제법 무르익고 술기운 인지 장끼들의 날갯짓이 조금씩 오버를 시작할 때쯤인가 요. 우리는 대범하게 조국통일을 외치며 사나이다운 기개 로 큰 걸음을 해변 쪽으로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분단의 아픔을 혼자 짊어진 것처럼 통일을 소리치며 미모들의 간 절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보안 저지선을 넘고만 우 리, 그 날 밤 해안 초소에 끌려가 뒤지도록 얻어맞고 나왔 습니다. 그로부터 30여 년 후, 그 중 한 녀석이 그 동안 안이한 삶에서 학습된 오장육부의 나약함을 털어 내야 된다고 하 며 아내의 만류를 뿌리친 채 번지점프를 하러 나갔다가 허 리를 삐어 병원에 있다고 방금 전화가 왔습니다. 그것도 이 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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