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 시간
오스트리아의 소설가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한 시간만 더>라는 단편소설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결혼한 지 3년 밖에 안 된 아내가 세상을 뜨려고 하자 남편이 저승사자를 붙잡고 애원을 하게 됩니다. 지금껏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번도 못했다, 그러니 아내에게 사랑을 고백할 수 있 는 시간만이라도 가지게 딱 한 시간만 더 달라고 말입니다. 그러자 저승사자는 어차피 한 시간 후에 죽을 사람들을 찾아가서 시간을 좀 얻어 보자고 합니다. 그래서 남편은 평소에 죽음을 찬미하던 어느 철학자에게 가서 한 시간만 줄 수 없느냐고 부탁을 합니다. 그러나 그 철학자는 단호 히 거부합니다. 비록 생이 한 시간밖에 안 남았지만 곧 중 요한 깨달음을 얻을 것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 습니다. 다음으로 고통에 신음하는 환자를 찾아가지만 그 역시 자신이 치유되리라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으며 시간을 주기를 거부합니다. 이 밖에 처형을 앞둔 사형수, 비관 자살을 기도하던 실 연한 아가씨들을 찾아가 사정을 해 보지만 어느 누구도 자 신에게 남은 한 시간을 이 가련한 남편에게 주기를 거부하 였습니다. 자신의 삶에 대한 집착은 최후의 한 시간마저도 버리기 힘들다는 것을 절절하게 보여 주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는 어쩌면 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한 알 한 알 흘러내리는 모래시계 같은 운명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 릅니다. 젊은 시절에는 주체하기 힘들만큼 시간이 넘쳐나 는 것 같았고, 술 덜 깬 아침마냥 좀 잘라내어도 좋을 것 같은 것이 시간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얼마 남지 않은 것입니다. 길 건너 플라타너스 가지에 매달린 잎사귀도, 쓸쓸히 어 두운 벽에 기댄 달력도 뒤로 한 장만을 남겨두고 있습니 다. 혹, 나도 부족한 한 시간에 애원하지나 않을지 11월 의 바람처럼 오늘은 가슴이 허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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