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

 

어릴 적 시골 우리 집 마당은 꽤나 넓었습니다. 별반 재
미있는 놀이가 없었던 때, 바람 빠진 공이라도 하나 있으
면 이리저리 차고 놀 수 있을 정도는 되었고 이미 어른들
의 오랜 기억 속에 묻혀버린 자치기도 할 수 있을 만큼 그
런대로 괜찮은 넓이였습니다. 가을걷이 때면 다래끼 논에
서 베어 올린 찰벼나 텃밭에 심었던 콩을 베어 마당에 널
어 놓고 도리깨로 타작을 하기도 했고 헐어낸 뒤채 때문에
울퉁불퉁한 돌멩이가 튀어나오긴 했어도 어머니가 곱게 깎
아 낸 막 익어 가는 곶감을 널어놓을 자리도 충분했지요.
어쨌든 겨울 가고 봄이 되면 언덕 밑으로 개나리 살구꽃
무수히 피어나는 우리 집 이 너른 마당이 나는 참으로 좋
았습니다.
그러나 시도 때도 없이 주룩주룩 비가 내리고 목덜미가
따가울 만큼 햇살이 강해지는 여름이 오면 나의 시련은 시
작되었습니다. 어디가 아니라고 할 것도 없이 여기저기서
풀들이 솟아오르는 것입니다. 이름도 알 수 없는 실오라기
만 한 풀에서부터 끈질긴 쇠비름에 이르기까지 도대체 그
동안 어떻게 땅 밑에서 숨도 쉬지 않고 있었는지 단체로
일어나 금세 그 너른 마당을 덮어 버리는 것이었습니다.
깨끗하게 뽑아내라는, 단정하기로 유명한 할머니의 지엄한
명령이 떨어지면 쪼그리고 앉아 풀을 뽑는데 어찌나 그리
지겹던지, 한나절을 뽑아도 티도 나지 않는 마당은 왜 그
리 넓은지, 그뿐이 아닙니다. 대충 마당이 좀 훤하게 되었
다고 생각이 들면 금방 행길로 이어지는 길섶이 또 무성해
지는 것입니다. 지금 생각하여도 끈질긴 그 생명력이란 강
하다 못해 집요하다는 말이 맞을 것 같습니다.
이렇듯 한때 나의 여름은 이름 없는 풀들과의 전쟁으로
시작되었지만 어찌하여 갈수록 그 푸른 전선(戰線)이 도리
어 그리워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