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아름답다 할 것입니다. 눈가에 맺힌 이슬이나 하고 싶은
말들이 파르르 떨리는 마른 입술, 체온이 체온으로 건너
서로의 가슴에 그리움으로 박히는 짧은 돌아섬도 어쩌면
아름답다 할 것입니다. 그것이 한때의 불꽃이든 오래도록
화려하게 피어오르며 고혹스런 향기로 서로를 묶어 놓았든
돌아선다는 것은 마주함만큼이나 아름답다 할 것입니다.

푸르다 못해 투명하게 터져 버린 하늘 가장자리에 길게 걸
려있는 삼나무 숲으로 아직도 산사의 고요한 정적이 묻어
있는 회색 빛 날개를 편 채 자꾸 가을빛을 물어 나르며 뎅
그렁거리는 풍경 소리와 헤어질 채비를 하는 산비둘기.

볕 좋은 봄동산 그 살가운 바람을 타고 태어나 긴 여름의
뜨거운 뙤약볕이나 짓궂은 물줄기를 견디고 무럭무럭 자란
잎새들, 한바탕 소란스런 다툼을 끝낸 듯 텅 빈 벤치 위로
마당으로 그 질겼던 가지와의 인연을 털어 내는 모습.

찬 서리에 은빛을 빼앗겨 더욱 앙상한 갈대가 먼 걸음에서
나부끼는 포구, 부두를 떠나며 길게 울리는 저음의 향연
들, 무엇과 무엇이 헤어지는지 모르지만 바다로 바다로 밀
려나가는 뱃전에 아물거리는 사연 그 뒤로 붉게 떨어지는
석양, 모두들 멀어져가는 지나가는 돌아서는 헤어짐이지만
어찌 슬프다고만 하겠습니까?

이렇듯 이별은 아름답다 할 것입니다. 내 마음 속에 아직
그가 살고 있듯이 지나간 시간과 인연 또한 소중하다는 것
을 우리가 잊지 않고 있다면, 그것이 잡은 손을 슬며시 놓
으며 12월을 지나 1월로 건너가는 야속한 세월일지라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