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나루터에 간 적이 있었다. 우연히가 아니고 그렇다고 예정하여 도착한 것도 아니지만 막다른 골목을 들어서듯 막막한 심정으로 나루터에 멈춰선 적이 있었다. 추위에 숨 듯 다 헤진 갈대 부스러기를 안고 옹송그린 채 얼어붙은 나루터엔 세월을 붙잡고 서 있는 헌 집처럼 허름한 나룻배 가 얼음에 발을 묻고 있었다. 불안정한 기울기를 안정된 기온이 붙잡고 있었다.
한때 청춘을 실어 날랐거나 혼자 알기엔 너무 아까운 비밀 들로 가슴이 터질 듯하였을 나룻배도, 분주히 드나들며 수 시로 사랑을 나누었을 잎 진 버들 밑 물오리들의 은밀한 보금자리도 입을 꽉 다문 채 요동도 없었다.
건너편에 늘어선 살 빠진 미루나무들, 그 위에 집을 얹고 사는 까막까치들, 스레트 집 마당가에 널린 희끗희끗한 빨 래가지들까지 겨울 나루터에 묶여 한 치의 미동도 없었다. 원경이나 근경이나 말이 없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원망도 비 난도 아니 열망조차도 없어 보였다.
다만 어제 내린 눈을 털듯 바람이 지나가면 저만치 키 낮 은 늪에서 무리를 잃어버린 철새 한 마리 푸드득거리며 날 아올라 무거운 날개를 하늘에 털곤 하였다. 그러나 지독히 도 침묵하는 풍경은 그에게 질긴 외로움만 더한 채 부수수 떨어지는 저녁 어스름 속으로 묻혀버리고 말았다.
모든 것이 멈추어 버린 그 곳엔 실존의 생명은 무의미하였 고 시간에 대한 저항이나 사물에 대한 감정은 모두 소멸되 어 있었다. 오직 차가운 정물화 같은 적막만이 가득한 겨 울 나루터를 보고 온 날, 그 날로부터 온몸에 신열이 나고 그리움에 몸을 떨면서 한참을 앓고 나면 꼭 봄이 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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