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이면 누구나 한번쯤은 어머니를 생각하게 됩니다. 어버이날이라고 하는 5월 8일도 처음엔 어머니날이었으니 까요. 그 기억이 어릴 적 마당에 널어놓은 깻단을 헤집고 다니다 아버지께 혼이 날 때 숨어들던 어머니의 치맛자락 이어도 좋고, 저녁밥을 짓는 아궁이 앞에서 불장난을 하다 가 바짓가랑이를 태우곤 부지깽이로 매를 맞던 때의 어머 니 그 매운 손이어도 좋을 것입니다. 코를 졸졸 흘리며 입 학식에 간 날 선생님 앞에서 연신 허리를 굽히며 어린 나 를 부탁하시던 그 안쓰러운 눈빛이어도 어머니는 좋습니 다. 십 리는 족히 될 먼 학교 길을 오갈 때 버들강아지며 개구리, 두더지 굴 등 온갖 참견을 다 해가며 타박타박 집 에 다다르면 눈이 빠지도록 기다리시다가 사립문으로 뛰어 나오시던 어머니의 단 걸음도 너무 좋은 기억입니다. 어쩌다 상이라도 타 오면 온 동네 자랑이 늘어지시던 어 머니, 중학교 때 그제 타 간 책값을 잃어버렸다며 울상을 지으면 뻔히 아시면서도 조심해야지 하며 허리춤에서 꼬깃 꼬깃한 쌈짓돈을 꺼내 손에 꼭 쥐어 주시던 어머니, 그 후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취직을 한 날 몇 번이고 옷매무새를 다시 고쳐 주시며 내 등을 향해 어서 갔다 오라고 기쁨의 손을 젓고 또 저으시던 어머니, 그 밖에도 어여쁜 며느리를 얻어 식장에서 연신 고운 볼 을 어루만지시는 어머니, 병아리 같은 손주 녀석들을 행여 깨어지기라도 할까 조심조심 어르시는 어머니, 이제는 큰 방에 누워 굵게 주름잡힌 손으로 가끔 내 손을 말없이 잡 는 어머니의 기억도 있을 것입니다만, 그러나 안타깝게도 나의 기억은 거기서 멈추어 더 이상 떠 올릴 수도 없고 만져 볼 수도 없는 어머니가 되어 있으 니 오늘처럼 이렇게 햇살이 고운 오월이면 나는 늘 눈물 빛으로 가슴이 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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