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에 새순이 파랗게 돋아날 때 하늘은 약간 물빛이 됩 니다. 지나치게 푸르거나 너무 투명하여 사람들의 시선이 가지에 닿지 않고 바로 하늘에 닿아 버릴까봐 프리즘을 조 절하는 것이지요. 갓 피어난 새순에 대한 아름다운 배려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마음이 착한 사람들은 한 폭의 그림 속에서 확연히 들어오는 주물(主物)보다 낮게 물러선 배경에 더 마음을 준다는 것을 하늘은 이미 알고 있기 때 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만 낮아지면 세상은 참으로 향기롭습니다. 나보다 남을 조금만 배려하면 모두가 행복합니다. 이기심에 가득 한 행동은 금방 잊혀지지만 한발 물러서 있는 따뜻한 마음 은 해가 가도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습니다. 꼭 이맘때, 지난해 4월인가요. 바쁜 출근길에서의 일이 었습니다. 여느 때보다 조금 늦게 나온 탓에 마음만 앞서 다가 그만 앞차와 접촉 사고를 내고 말았습니다. 속도를 냈던 것도 아닙니다. 문화센터 앞인가 싶은데 그날따라 마 침 무슨 행사가 있는지 차량들이 많이 엉켜 있어서 잘 빠 져나가지를 못했습니다. 바쁜 마음에 그 틈을 비집고 나가 다가 앞차의 범퍼를 보기 좋게 긁고 말았던 것이지요. 앞 차의 운전자와 같이 차에서 내렸고 내가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데 그 분이 그러시더군요. “괜찮습니다. 범퍼야 원래 부딪힐 때 쓰라고 있는 것 아닙니까. 그만 빨리 가세요.” 하고 말입니다. 제가 명함이라도 하나 달라고 하자 씨익 웃기만 하고 먼저 출발해 버린 그분이 아직까지 영 잊혀 지지가 않습니다. 어쩌면 하루 일당 몇 만 원은 족히 건져 갔을만한 사건(?)인데, 무엇보다도 내 차만 애지중지하는 우리 문화에서 선뜻 내보일 수 없는 너그러움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차도 새 차였는데 말입니다. 이렇듯 기분 좋은 4월의 기억이 있는데 왜 시인 엘리어 트는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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