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십 년 전은 된 것 같은 이야기입니다. 비는 오지요, 차는 섰지요. 강원도 산골 오지에서 어떡하겠습니까? 영화 에서 본 대로 내려서 보닛을 들어올리고 이것저것 살펴보 았습니다만 폼만 그렇지 뭐 아는 게 있어야 손이라도 댈 게 아닙니까.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들은 보채고 고물차를 끌고 있는 신세는 처량하고 답답하기 그지없었을 때입니 다. 비닐 옷을 걸친 채 휘청거리는 자전거를 타고 다가오 는 아저씨가 있었습니다. 젊은 사람이 우중에 끙끙거리는 것을 눈치챘던지 자전거를 세워두고 이리저리 참견을 하셨 습니다. 그러더니 기름은 있나? 하시면서 미터기를 보시는 데 아 글쎄 눈금이 바닥이 아니겠습니까? 그제서야 그 아 저씨 껄껄 웃으시며 눈에도 가물가물하게 보이는 동네로 들어가셨고 한참 후에 그 자전거 그대로 손에는 플라스틱 병에 기름을 한 통 들고 오셨습니다. 휴가를 마치고 돌아 오는 길이라 차 안에 드릴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어 그저 굽실굽실 말만 드리고 왔는데 지금 생각해도 그 고마움이 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어찌 올해 농사는 잘 되었는지 궁 금합니다.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예전엔 여름휴가라는 게 그랬습니다. 안 가면 뭔가 허전한 듯하고 가면 또 고생길 이고 돌아오면 이것저것 짐만 더 늘어난, 이도저도 아닌 연례행사이곤 했지요. 당시만 해도 일하는 것이 유일한 취 미요, 직장이 삶의 전부였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따라 서 마음 편히 쉰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았던 때인지라 일 년에 한 번 돌아오는 여름휴가는 정말이지 시간 시간이 일 년만치 아깝고 귀중한 터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니 힘 들어도 휴가라는 것은 꼭 가게 되고 한꺼번에 온 나라 사 람이 다 몰리니 북새통이 되는 것이야 당연한 일일지니 뒤 끝이 무거울 수밖에도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도 그 때 안 갔으면 지금 돌아 볼 추억도 없겠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지금도 자꾸 떠나게 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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