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평사
서 있는 것과
서 있는 듯이 보인다는 것이
무엇이 다른지 알아보기 위해
청평사 돌계단을 올라갔다
속을 알아버린 부처는
이미 오래 전에
맨 윗 단에 발을 올려놓아도
고운 문살이 보이지 않도록
가람을 돌려 앉혔다
할 수 없이 돌아서서
갈 길을 내려다보는데
마당가 장송 두 그루
빈손으로도 빳빳하게 서 있었다
오가는 사내들
가진 게 넘쳐나도
서있는 듯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