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새해에는

 

 

제일먼저

그 사람 편지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색색의 연하장들 틈으로 조금은 구겨졌지만

볼펜으로 눌러쓴 비뚤비뚤한

손 글씨가 보이는 하얀 봉투를

발견하고 싶습니다.

 

전화로 소식을 듣고 싶지 않은 건 아니지만

혹 건조한 그의 목소리에

만에 하나 내 가슴에 불이라도 나면

짐짓 짧은 안부에도 대답조차 하지 못할까 두려워

그냥 편지가 좋습니다.

 

그 흔한 이메일에 이솝체로 쓴

단정한 글이 싫다는 건 아니지만

자칫 아이콘에 관한 해석의 실수로 그의 마음이

내게 들어오지 못하면 어쩔까 하는 걱정에

아무래도 편지가 좋습니다.

 

봉투를 뜯으면

그해 유난히 눈이 많이 왔었다는 이야기와

장작 난롯가에 오고 간 술잔의 이야기와

문틈으로 들려오는 옆방 아줌마의 노랫소리와

어깨에 기댄 한 여자의 숨소리와 따스한 볼에 관한

오래된 보고서가 깃발마냥 펄럭이고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겨울바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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