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사
			
6월 낙산사에는 가지 말일이다 
의상대 앞바다에 가는 비라도 뿌리면 
먼 고깃배들 바라보는 
해동관음보살 시름이 너무 크다 
조심조심 접어 내려간 홍련암 뜨락에 
붉은 눈물 뚝뚝지는 해당화 몇 송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면 
차마 걸음 돌려놓기 힘들 것이다 
군데군데 댓잎에 물방울이 맺히고 
바람이라도 따라와 
헌 가슴에 숨긴 
부끄러움 다 내어 놓으라 하면 
아무 말 말고 그렇게 할 일이다 
괜히 이리저리 핑계 대다 
연못 위에 둥둥 떠다니는 
외로운 독경소리 피해 
원통보전 앞마당에라도 들어서면 
정말 큰일이다 
돌탑을 비껴 앉은 보리수나무 
이슬비에 고개 숙인 채 
촉촉이 내뿜는 그 짙은 향기에 빠져 
영영 돌아오지 못한 사람 
한 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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