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호동의 아침



속초 청호동 앞 바닷가는 월요일 아침인데도 분주함이
없다. 가슴을 밀고 들어온 바다는 갓 심어놓은 키 작은
해송을 어루만지며 누워 있고 흰 모래사장에 발자국을
찍어 가는 젊은 남녀도 말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바다로 나간 방파제와 이어진 낮은 둑길 아래로 이마
를 맞대고 엎드린 지붕 위에는 갈매기 울음뿐 사람소리
없고 하얗게 표백된 햇살만 골목 가득 내려앉고 있다.

멀리 눈부신 수평선에 점점이 올라있는 고기잡이배들
도 빈 포구를 지키고 잇는 누렁강아지 한 마리와 무슨
얘기를 나누는지 더러 반짝이는 눈짓을 주고받을 뿐 별
다른 수다가 없다.

처음으로 갯배를 타고 건너온 낯선 낚시꾼들이 조심스
레 가방을 풀어놓고 바다와 상견례를 건네 보지만 대답
이 없고 방금 물질을 하고 나온 아주머니만 미끄러운 웃
음을 건져내고 있다.

갯 내음이 좋고 오징어의 먼 고향이야기가 줄줄이 널
려 있어 좋은 속초 청호동의 월요일 아침은 소금기 없는
낯선 사람들의 서투른 감상이 있어 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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